기억감옥
비비
나 빼고 다 조연
아니면 모두 엑스트라지만
날 집어넣은 무대 위엔
내 숨 따위 어디에도 들리지 않아
치워놓은 마이크 뒤의
이미 지나간 기억 속에
내 정신을 싹 다
두고 온 멍청한 나
이 곳 가장 뜨거운 건
청아한 울림이 들리는 조명
손 뻗어 아무도 없어 멍하니 보면
목에 감겨있는 밧줄 따뜻해
많은 병 안에 나의 한숨 담은 죄
의미는 사라지고 한줌 남은 재
붙잡아 퀭한 눈 반쯤 감은 채
너를 내가 어떻게 잊어
잊어도 말이지
너 같은 애가 있어?
있어도 못 찾아
난 이대로 미쳐
미쳐도 아주 그냥
제대로 돌아버릴까 싶어
거기 잘 지내? 난 아닌데
여긴 어디까지겠나 생각 많이 해
어째서야 내가 여기 있게 된 건?
아무것도 없이 어찌 미래 생겨?
내가 잃은 것? 알잖아 너
내게는 너무 컸던
네가 없어진 이 자리 정말 한산한 걸
남은 것이라곤 이 빌어먹을 기억
사라져야 해 기억이 그래서 기어이
기억에서 벗어나 어서 날 이어지는
허전함에서 내보내야 해
뜨는 날 맞이해 또 내 안엔
메아리치는 소리도 사라지지 않아
절대 내겐 안식의 순간이 오지 않아
뭐에 대한 형벌인가 고민할 틈 없이
또 빛나는 조명 오지 마 제발